마법사와 나 - 개막(開幕): 그 남자의 시간 -

 새카만 암흑과 같은 공간. 그 중심에는 한 사람이 회색 후드 달린 망토에 기이한 형상을 한 스테프를 손에 들고 있었다. 서 있는 것 만으로도 이 공간에 삼켜져 버릴 것 같았지만, 그는 이런 공간에서도 아무런 불편함도 없는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마치 무(無)와 같은 이런 공간에서 그는 목적지라도 있는 듯 느리지만 끊임없이 발을 움직이며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움직였는지 도저히 가늠은 불가능 했지만, 그는 목적지에 도착한 것인지 두리번 거리며 발걸음을 멈췄다. 그는 둘러보는 것을 계속하다가 천천히 후드를 걷어 올리며 씨익 웃기 시작했다.
 걷어 올린 후드 안에서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수려한 외모의 남자의 얼굴이 나왔다. 하지만 그런 외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입가의 웃음은 사악하기도 짖궃기도, 또는 오만하기도하며 광인같은 느낌마저도 담고 있었다.
 무언가를 기다리기라도 하는지 스테프에 기대듯이 섰다가 오른발을 탁탁거리며 한숨을 쉰다던가 좌 우로 왔다갔다 하면서 온 몸에서 무료한 기운을 뿜어냈다. 하지만 그의 기다림은 점차 길어지기만 할 뿐인지 점점 짜증섞인 몸짓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의 마음을 눈치라도 챘는지 어느 순간엔가 정적을 깨는 무거운 목소리가 한마디 울려왔다.

-오랜만이군 인간.
-괴이한 표현을 하다니 그대답지 않군. 그대들에게 이 인간들의 시간이란 기나긴 시간의 축이 극히 일부가 아니었던가 강인한 대지?
-흐음... 재미없었나? 농담은 그만두도록 하지.
-하지만 늦을 필요는 없잖나?
-느긋하게 가는 것도 중요한 법이네.
-인간에겐 1초라도 아까운 법이야. 자네들과 같이 생각하지 말아주게나.
-흠... 자네라면 이해할 줄 알았네만...
-하아... 끝이 없을테니 그만두도록 하겠네.
-거기서 그만두는겁니까?

 침착하고 부드러운 여성의 목소리가 갑작스레 끼어들었다. 남자는 특유의 복잡한 느낌의 웃음을 지어대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신가 심연의 물이여.
-후후후... 여기까지 무슨 일인가요?
-그건 조금 후에 이야기 하지.
-당신 답지 않게 이야기를 미루는 건가요?
-느긋하게 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니 나도 느긋하게 가 보겠어.
-이해해 준 건가?
-그건 아닌것 같네요.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이 그대들 답지 않겠는가?
-어머, 뭐가 그리 재미들 있는건지 나도 끼워줘.

 높은 톤의 밝고 활기찬 여성의 목소리. 남자는 특유의 말투로 비꼬는지 환영하는지 천천히 인사를 건넨다.

-늦었군 순속의 바람. 그대의 이름이 아까워지지 않나?
-흥, 실례네. 바람이란건 빠른게 전부는 아니라구!
-하하하... 뭐 그것도 그렇군.
-근데 대체 무슨 일인데?
-그건 조금 후에 모두 모이게 되면...
-크하하하! 이거 내가 오늘은 꼴지인가?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강렬한 남성미를 뽐내는 듯한 굵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의 말 대로 아마도 마지막 대화의 참가자 인듯 하다. 그러나 그의 말이 이어지기도 전, 잊혀진 것이 불만이란 듯한 말투에 남녀노소를 구분할 수 없는 목소리가 이어지며 암흑같던 공간에 화색이 돌기 시작한다.

-나도 끼워 주길 바라네만?
-아아 언제든지. 전부이자 하나, 하나이자 전부, 원소의 기원이여.
-환영해주니 고맙군.
-어이, 나도 좀 끼워달라구!
-이미 끼어있지 않은가? 폭염의 불.
-아하하, 그거 너무 하잖아? 적당히 해!
-너무 그럴것 까지는 없지 않나요?
-이 친구는 이 정도가 적당해.
-그나저나 자네가 여기까지 내려오다니 드문일이군.
-새삼 드문일은 아니지 않은가?
-무슨 일인지 자꾸 궁금하게 만들지 말아줘.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뭘 그리들 재촉하는 건가. 나도 어지간히 비밀을 안 만드는 인간이었나?
-후후후... 자신은 자신을 모르는 법이니까 말이에요.
-여흥은 그만하면 충분하지 않겠나?
-그대도 꽤나 궁금한 모양이군 원소의 기원.
-그의 의문은 우리의 의문이다! 자 어서 말해보시게나, 핫핫핫!

 그는 아주 잠깐 뜸을 들이다가 살짝 입웃음을 띄며 입을 열었다.

-내가 곧 그대들의 세계의 여행자가 될 듯 하네.
-그건 참 반가운 일이군요.
-어라? 한참 뒤에나 온다고 하지 않았어?
-오... 드디어 이쪽으로 오는겐가?
-핫핫핫! 상당히 기다리게 해주는거 아냐?
-이제 그쪽의 볼일이 끝나가는건가?
-아직 한가지 남긴 했지만, 그대들의 찰나의 시간에 정리될 일이니 그리 오래 걸리진 않겠지.
-그런가...

 원소의 기원이 마지막으로 내뱉은 한마디를 끝으로 더 이상 그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원소의 기원은 그의 대답을 듣고 아마도 이곳을 이미 떠난 모양이다. 바로 떠나간 것은 기다리던것이 왔다는 기쁨의 표현일지 모르지만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던 것을 볼때 그는 충분히 만족한 것 같다.

-벌써 가 버린건가.
-그래도 충분히 그는 당신을 지켜보고 있어요.
-하하하하, 그건 알고 있지만 난 엄연히 인간이라 확실히 와 닿지는 않는군.
-가장 우리를 이해하는 자네가 그렇게 말하니 뭔가 섭섭하군.
-아하하하하, 그거 뭔가 웃기잖아? 섭섭하다니!
-그럼 나는 이만 돌아가 봐야 겠어. 나중에 다시 보도록 하지.
-여어, 조만간 또 보자구!
-아아, 아마도 자네완 금새 만나게 될 듯 하군, 폭염의 불.
-그건 별로 달갑지 않은데?
-자 그럼 이만...

 그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소름돋을 듯 한 기분나쁜 웃음을 흘리며 이 공간에서 스르륵 사라졌다. 그가 떠나자 공간을 점유하고 있던 원소들도 하나씩 사라져 자신들이 있어야 할 곳으로 떠난 것 같다.

by 고기 | 2007/04/24 03:30 | 자작소설 | 트랙백
하 하 하
간만의 동향...

이러저러 해서 피난갔던 ㅇㅅㄹ장에서 귀환 후 감기에 걸려 한주간 골골...

그 덕에 모든 계획이 어긋나는 바람에 벼랑에 몰려있는데 아직도 감기에 골골...

대략 낭패...

언제쯤 빛이 보이긴 하려나... ㄱ-
by 고기 | 2007/04/15 00:54 | 최근 동향 | 트랙백 | 덧글(1)
<이글루스펫> 냐하핫



소문에는 주인과 비슷하게 만들어지는게 정석이라는 이글루스 펫....

다... 닮았나!?
by 고기 | 2007/03/16 15:09 | 트랙백 | 덧글(1)
노트북 사망!
하나뿐인 노트북 군이 어제 사망했다.

고로 오늘 아침에 일어나 쫄래쫄래 삼성 서비스 센터를 향해 다다다...

무사히 맞기고 전화 한다길래 잠시 PC방 가서 이것저것...

전화가 울린다...


-여보세요

-예, 노트북 맡기신 고객님이시죠?

-네.

-CPU 쿨러 팬이 아예 나갔던데 교체를 해야 할거 같습니다.

-아 네. 그래서 얼마나 드나요?

-네, 서비스 비용과 교체 부품 비용으로 5만 7천원 가량 들것 같습니다.

-예...

-그리고 제가 내일은 자리를 비우는 관계로 월요일에나 찾으실수 있으실것 같은데, 내일 사용하셔야 하나요?

-네.

-그럼 제가 다른 동료에게 이야기를 해서 조립하도록 하겠습니다.


무슨... 부품 하나 가는데 5만 7천원이냐? 장난해?
by 고기 | 2007/03/16 15:04 | 최근 동향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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